침묵(沈黙)과 사용

침묵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많이 가진 무엇을 그냥 두는 것입니다. 그냥 둘 수 있다는 것은 가지고 있음을 인지하고 그것에 대한 가치를 지켜내기 위한 방법입니다. 그래야 침묵할 수 있습니다. 침묵은 아무것도 하지 않지만 곧 어떤 것이 발생한다는 것과 같은 구조에서 이해될 수 있습니다. 검정색과 감색, 코발트색을 주로 사용해온 오정석의 침묵이야기가 있습니다. 조용히 있어야 하는 침묵을 이야기한다는 것 자체가 스스로 모순에 들 수 있지만 예술가적 감성과 표현의 영역에서는 무한의 공간으로 이어지는 영역이 됩니다. 그의 행위와 표현방식, 무한반복을 통해 형성되는 캔버스위의 붓질 작은 알갱이(자개 가루와 같은)을 무수히 떨어뜨려 붙이는 행위들은 작품이 완성되기 이전에 이미 문화적 사회적관계의 기본을 따라갑니다. 스스로 가두어 놓은 예술관의 영역에 예술가로서의 신념과 태로를 따라 조용하게 있다는 침묵을 사용합니다. 침묵을 사용한다는 것은 그것이 있다는 자체를 보여줌으로 해서 누군가에 의해서는 그것이 깨지거나 해체되거나 분산될 가능성을 시사하는 일들입니다. 종교나 철학적 사유에서는 신이나 신념과 소통하고 접근하는 방식의 수단으로 사용되기도 한 것과 비슷한 관계성입니다. 
2020년 오정석의 예술세계를 들여다봅니다. 스스로가 이야기하는 침묵에 들어갑니다. 가만히 있기에 무엇을 할 수 있습니다. 아무것도 말하지 않기 때문에 많은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습니다. 할 말이 있지만 그것에 대한 일언(一言)의 대구(對句)가 없습니다. 하지 않는 것인지 그것을 지키고 있는지는 잘 알지 못하지만 많은 무엇을 발견합니다. 'COSMOS - 침묵(silence)'이 있습니다. 튜브에 담겨진 검정색 물감덩어리를 양동이에 쏟아 붓습니다. 가득한 물에 희석되는 검정색은 검정색이 아니라 회색이 됩니다. 또 다른 양동이에는 감청(紺靑)색을 희석합니다. 색은 물과 섞여 본래가지고 있던 색을 잃어버립니다. 화가는 아무것도 발려지지 않은 캔버스 뒷면에 넓은 붓으로 칠을 합니다. 처음에는 색이 드러나지도 않습니다. 마르면 바르고 마르면 바르는 행위를 수없이 반복합니다. 양동이에 담겨진 회색빛 액체가 거의 다소진될 무렵이면 캔버스는 물감이 가지고 있던 본래의 빛을 찿아 갑니다. 사실 알고 보면 처음부터 물감의 본래 색을 가지고 있었지만 옅다는 이유 때문에 그것이 그것으로 보이지 않을 뿐입니다. 침묵은 은유의 영역에서 유영합니다. 일상에서의 침묵은 할 말이 없거나 말하지 않거나, 말하기 싫거나, 상대하기 싫을 때 등에서 사용됩니다. 이렇듯 침묵은 하나의 언어로 사용되어지는 것이 당연합니다. 다만 무엇을 배제하고나 무엇에 대한 규정을 정하지 않을 때에는 언어라기보다는 그냥 있는 상태의 정해지지 않은 무엇으로 이해될 뿐입니다.  우주를 이야기 합니다. 두텁게 발려지는 자개가루들은 화가 오정석이 진행하는 무한의 붓질입니다. 물감과 자개가루라는 질료의 차이일 뿐입니다. 검정색이나 짙은 감색, 푸른 빛이 감도는 무한의 평면에는 반짝이는 빛이 있습니다. 스스로 그렇게 바라볼 것인지 아니면 그렇게 생각하여야 할지는 감상자의 의중과 의도에 따라 결정됩니다. 그래서 오정석의 예술에는 묵언(黙言)과는 다른 영역의 그냥두기입니다. 쓰는 것이 아니라 쓰이기 바라는 소통의 관계입니다.     
- 글 : 박정수 (정수아트센터 관장. 미술평론)

Silence and its usage

Silence is about leaving what is plenty as it is, not meddling with it. Letting things be is a way of protecting the recognised worth of something. This is what it means to stay silent. Silence, as in stillness, can also be an occurrence yet/soon to happen. O Jeongseok’s narrative of stillness consists of black, navy, and cobalt. It might be self-contradictory to describe silence but in the field of artistic sensibility and expression it leads into the unlimited bounds of infinity. His means of expression -the countlessly repeated brushing, dropping and sticking thousands of small pellets (nacre, in his case) dropped on the canvas- already follows the basics of cultural/social relations even before the work is finished. His silence represents his belief and stance as an artist with a firm philosophy. The visualisation of silence implies how it exists to be possibly broken or dispersed by somebody at some point. It is similar to how religions and philosophies communicated with their gods and ideologies. We peer into 2020 O Jeongseok’s artistic realm, entering the self-explanatory silence. An action can be performed as there is none performed. A story can be heard as there is none told. There is something to be said, but not a word of verse exists. We cannot tell if all that is chosen not to be relayed or kept within and untold, but we notice the existence of the numerous unknown. One of his works is the 'COSMOS - Silence'. He dumps the black glob of paint in a tube into a bucket. The colour turns grey as it gets diluted with water. He then dilutes navy blue in the other bucket. Colours lose their original hue as they mix with water. The artist starts painting on the canvas with a wide brush. At first, the colour does not even show. He does that again and again, painting the same spot once it dries. Around the time the bucketful of grey liquid is used up, the canvas reveals the pigment the paint originally had. It was not seen as what it is simply because of how thin it was, even though the tint was there from the start. Silence swims within a metaphor. In daily lives, silence is used when there is nothing to say, no intent to speak, no desire to speak, or no wish to confront someone. As such, it is only natural for silence to be as a language. However, when such a definition of unwillingness and exclusion is not set, silence exists as an undefined and undecided state of and uncertified something. He tells of the universe. The thick layers of small pieces of nacre are O Jeongseok’s infinite brushings. The only difference between paint and nacre is the matter they consist of. On the unlimited surface of black, deep navy and blue, there exist shining lights. Whether it is seen in such a way or thought to be such is entirely up to what the viewers have in mind and intend. Hence why O Jeongseok’s art of silence in inaction is different from that of silent consent. The intent is to be of use, not to use.

- Written by Park Jeongsu